암울하던 그 시절, 젊은이들은 현실 속으로 직접 뛰어들기도 했지만 어둡고 숨막히는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장르의 자유로운 팝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음악을 선택한 이들에게 80년대는 팝음악의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또한 팝의 인기를 타고 황금시간대에 편성되었으며 수많은 청취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학교와 집이 생활권의 전부였던 학생들에게 라디오 프로그램은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도 음악은 편안한 도피처가 되어 주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신청곡과 함께 사연을 적어 보내고 자신의 이름과 함께 그 곡이 소개라도 되는 날에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진행자들이 새로운 곡을 들려주면 종이에 열심히 적어놓았다가 수중에 돈이 생기면 바로 동내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갖고 싶던 레코드를 하나, 둘씩 사 모으기도 했던 그 때를 기억하는지.
레코드 가게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던 앨범들을 구하기 위해 여기 저기로 백판을 찾으러 다녔던 80년대의 젊은이들, 이들에게 결코 낯설지 만은 않을 '황인용의 영∼팝스'. 당시 수준 높은 선곡으로 인기가 높았던 '영팝스'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추억의 곡들 중 하나인 'More Than Just The Two Of Us'... 바로 그 곡이 수록된 Sneaker(스니커)의 데뷔앨범이 18년 만에야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다. 그 때만 해도 미국의 인디 레이블 발매 앨범이었기 때문에 국내 라이센스로 발매되지 못했던 것 같다.
스니커는 70년대 미국의 스틸리 댄(Steely Dan)과 두비 브라더즈(Doobie Brothers)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하며 최고의 음악성을 구사했던 제프리 박스터(Jeffry Baxter)가 발굴하고 프로듀스하여 화제가 되었던 6인조 밴드이다.
81년의 데뷔 앨범에서 첫 번째 싱글 커트된 'More Than Just The Two Of Us'는 빌보드 24위를 기록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완벽한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 이하 AC로 표기)풍의 발라드 곡이라는 점은 세인에게 다시 한 번 제프리의 음악적 역량과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국내에서도 빌보드 챠트는 각종 음악프로그램의 기준이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빌보드 챠트에 오른 곡들을 순서대로 선곡해 들려주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빌보드 챠트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때만큼의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 때는 곡 소개과 함께 빌보드 몇 위를 차지한 곡이라는 이야기를 빼먹지 않고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제 다시 스니커의 음악을 들어보면 역시 - 빌보드 24위를 기록한 - 두 번째 곡 'More Than Just The Two Of Us'를 이 앨범 최고의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느낌을 잔잔하고도 애틋하게 표현한 이 곡은 듣는 이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이 곡을 소개할 때면 항상 언급하게 되는 외국의 평론가의 한 편의 시와 같은 평론을 빠뜨릴 수 없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가르는 상쾌한 미풍이 두 연인을 맞아준다. 물 위의 작은 배는 수줍게 춤을 추면서 두 사람을 기다린다.'
수채화 같은 장면이 연상되는 표현이다. 'More Than Just The Two Of Us'는 바로 이런 느낌의 곡이다. 사랑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당신과 나 사이의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첫 번째 곡인, 'Don't Let Me In'과 'One By One', 'No More Lonely Days' 등도 듣기 편안한 AC풍의 곡들이다. 발매 당시의 데뷔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열 번째 곡, 'I Can't Imagine'은 헤어진 후, 주위의 어떤 사람에게도 관심이 가지 않으며 여전히 함께 하고만 싶고 당신 외에는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고백한다. 'I Can't Imagine'은 실연한 이들의 심정을 너무도 잘 이해해주는 곡이다.
11곡의 산뜻한 노래들로 가득 찬 스니커의 데뷔 앨범은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은 앨범이라고 할까. 바람에 실리는 느낌이 좋은 스니커의 노래는 오랜만에 들어도 전혀 질리거나 하지 않으며 편안한 친구처럼 연인처럼 다가온다.
비록 스니커는 82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를 마지막으로 사라져 갔지만 전세계의 평론가들은 그들의 데뷔 앨범을 AC의 팬이라면 한 번은 들어보아야 할 명작 중의 명작으로 추천하고 있다. 다시 듣는 그 당시 유행하던 그 곡이 당신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18년만에 당신을 찾아온 이 앨범은 그 당시를 기억하는 30대와 20대 후반 팬들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발라드를 즐겨 듣는 젊은 음악팬들에게도 따뜻하고 좋은 느낌을 전해 줄 것이다.
글: 양복혜(violet@phonograp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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