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결성된 러닝 와일드의 반세기는 ‘어느 해적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집이자 해적 콘셉트가 발현된 두 번째 작품 [Port Royal]은 17세기 화려하고 부유했던 해적들의 파라다이스 ‘포트 로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콘셉트는 확고해졌고 가사엔 섬세한 디테일이 부가되었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스래시 메탈과 파워 메탈의 미묘한 갈등은 사라져, 이제 우직한 맛이 감지되는 파워 메탈이 전체를 통제한다. 러닝 와일드 팬이라면 자다가도 떠오를 리프가 귀를 휘감는 대표곡 ‘Port Royal’에 이 모든 진보가 압축되어 있다. 누군가는 곡들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내겐 그 때문에 더 매력적인 밴드다. 오히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이 있다는 방증 아닌가. 5현 베이스가 사용된 ‘Conquistadores’를 들어보면 이 시절의 러닝 와일드는 뭘 해도 될 팀이었다. 평단은 찬사를 보냈고, 이 시기를 전후해 충성도 높은 팬덤도 조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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